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 "설마 내가 사기를 당하겠어?"라고 생각하시나요? 계약서 한 장 잘못 썼다가 수천만 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악몽을 겪을 수 있습니다. 10년 차 인테리어 전문가가 알려주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 계약서 작성법'과 표준계약서 활용 팁, 그리고 실제 분쟁 사례를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드립니다.
인테리어 계약서, 왜 반드시 '표준계약서'여야 하는가?
인테리어 분쟁의 90%는 부실한 계약서에서 시작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한 '실내건축 창호 공사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법적 보호 장치의 80%는 확보한 셈입니다.
표준계약서의 법적 효력과 중요성
많은 소비자가 인테리어 업체가 건네주는 1~2장짜리 간이 계약서나, 심지어 견적서에 서명만 하고 공사를 시작합니다. 이는 "내 돈을 마음대로 가져가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현장을 지휘하며, 계약서 문구 하나 때문에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는 건축주들을 너무나 많이 목격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제10074호(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는 소비자와 시공업체 간의 불공정한 거래를 막기 위해 국가가 정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입니다. 이 양식은 공사 범위, 자재의 규격, 지체 보상금, 하자 보수 기간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추후 소송으로 갈 경우 가장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됩니다. 업체가 자체 양식을 고집한다면, 반드시 표준계약서 내용을 특약으로 넣거나 표준계약서 사용을 요구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경험: 종이 한 장이 가른 2,000만 원의 운명
제 고객 중 한 분은 과거 다른 업체와 공사를 진행하다가 "추가 공사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더 요구받았습니다. 당시 계약서에는 "현장 상황에 따라 비용이 변경될 수 있다"라는 모호한 문구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저와 진행한 최근 프로젝트에서는 '계약된 내역 이외의 추가 공사는 반드시 건축주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하며, 동의 없는 시공에 대해서는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특약을 넣었습니다. 실제로 철거 중 예상치 못한 배관 이슈가 발생했으나, 이 조항 덕분에 시공사는 임의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저와 협의하여 최소한의 실비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처럼 명확한 문구 하나가 예산 초과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필수 포함 항목: 계약서에 '이것' 없으면 도장 찍지 마세요
견적서와 계약서는 다릅니다. 구체적인 자재의 브랜드, 모델명, 수량이 명시된 '산출내역서'와 공사 일정표가 계약서에 반드시 첨부되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1. 뭉뚱그린 견적은 사기의 시작 (상세 내역서의 중요성)
"욕실 공사: 300만 원"이라고 적힌 견적서는 휴지 조각과 같습니다. 나중에 업체가 중국산 저가 도기를 설치해도 항의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 나쁜 예: 싱크대 교체 300만 원
- 좋은 예: 한샘 밀란100 모노 캐시미어, 상판 인조대리석(LG 하이막스 오로라 블랑), 싱크볼(백조 SQSR780), 수전(아메리칸스탠다드 입수전) 포함, 철거비 및 폐기물 처리비 포함 350만 원.
이처럼 자재의 브랜드, 품명, 규격(사이즈), 색상까지 정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만약 해당 자재 수급이 어려울 경우 '동급 이상의 자재로 협의 후 변경'이라는 문구를 넣어, 업체가 임의로 저급 자재를 쓰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2. 공사 일정표와 지체상금(지연 배상금)
공사가 예정일보다 늦어지면 이사 날짜가 꼬이고, 보관 이사 비용과 숙박비가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체상금' 조항은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총 공사비가 5,000만 원이고 지체상금율이 0.1%(1/1000)인 경우, 공사가 10일 지연되면 업체는 고객에게 50만 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이 조항이 있는 것만으로도 업체는 마감 기한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3. 하자 이행 보증 증권 발행 의무화
공사가 끝난 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폐업하는 업체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를 대비해 '서울보증보험(SGI)의 하자이행보증증권 발행'을 특약에 명시하세요. 통상 공사 금액의 5~10% 금액으로 1년(또는 2년)간 보증을 설정합니다. 업체가 망해도 보증보험사를 통해 하자 보수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장치입니다.
대금 지급 방식: 돈을 쥐고 있어야 갑이 된다
계약금 10%, 중도금 1차 40%, 중도금 2차 40%, 잔금 10% 비율을 추천합니다. 특히 잔금은 모든 공사가 끝나고 하자가 없음을 확인한 뒤 지급해야 합니다.
절대 피해야 할 지급 방식: '선금 50%'
많은 영세 업체들이 자재비 확보를 이유로 계약금 50% 이상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돈이 넘어가면 주도권은 업체로 넘어갑니다. 공사가 지연되거나 연락이 안 돼도, 이미 준 돈 때문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의 고급 팁: 단계별 지급(Milestone Payment)
단순히 날짜에 맞춰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정률(공사 진행 단계)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계약금 (10%): 계약 체결 시
- 중도금 1 (30~40%): 철거 완료 및 목공 자재 입고 시 (또는 공정률 30% 시점)
- 중도금 2 (30~40%): 타일, 도배, 바닥재 시공 전 (또는 공정률 70% 시점)
- 잔금 (10~20%): 입주 청소 후 고객 최종 점검(체크리스트) 완료 시
[사례 연구: 잔금 지급 거절로 부실시공 해결] 30평 아파트 리모델링을 진행한 A 고객님은 제 조언에 따라 잔금 20%를 남겨두었습니다. 공사 완료 후 확인해 보니 실리콘 마감이 엉망이고 문짝 유격이 맞지 않았습니다. 업체는 "나중에 해주겠다"며 잔금을 요구했지만, A 고객님은 계약서를 근거로 "하자 보수 완료 전까지 잔금 지급 불가"를 통보했습니다. 결국 업체는 3일 만에 모든 하자를 완벽하게 보수했습니다. 만약 잔금을 다 줬다면, 보수받는 데 몇 달이 걸렸을지 모릅니다.
독소 조항 피하기 및 특약 사항 작성 요령
업체가 제시하는 계약서에 "을(업체)의 귀책사유가 아닌 경우 환불 불가"와 같은 독소 조항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무력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특약 5가지를 합니다.
반드시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할 독소 조항
- "견적 외 별도": 식대, 폐기물 처리비, 운반비 등이 견적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별도" 항목이 많을수록 최종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 "본 견적 금액은 자재비, 인건비, 식대, 폐기물 처리비 등 공사와 관련된 일체의 비용을 포함한다"로 수정.
- "단순 변심 반품 불가": 자재 발주 전이라면 변경이 가능해야 합니다.
전문가 추천 필수 특약 5선 (복사해서 사용하세요)
다음 문구들을 계약서 하단 '특약 사항' 란에 자필로 기재하거나 타이핑하여 날인하세요.
- 추가 비용 금지: "계약된 내역 이외의 추가 공사는 반드시 '갑'(고객)의 서면 동의 하에 진행하며, 동의 없는 시공에 대해서는 공사비를 청구할 수 없다."
- 현장 책임자 상주: "공사 기간 중 현장 소장(또는 책임자 OOO)은 매일 현장을 관리 감독하며, 무단 이탈로 인한 공사 지연 및 하자 발생 시 업체가 책임진다."
- 하자 보수: "공사 완료 후 1년(또는 2년) 이내에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서는 업체의 비용으로 3일 이내에 보수 계획을 제출하고 7일 이내에 보수를 시작한다."
- 재하청 금지: "주요 공정(목공, 설비 등)을 '갑'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일괄 하도급 주는 것을 금지한다." (일명 '면허 대여'나 '오더 넘기기' 방지)
- 공과금 정산: "공사 기간 중 발생하는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예치금, 엘리베이터 사용료는 OOO가 부담한다." (보통 엘리베이터 사용료와 공사 신고비용은 소비자가, 전기/수도세는 시공자가 부담하나 협의 필요)
인테리어 사기 및 분쟁 유형별 대처법 (심화)
이미 계약금을 보냈는데 연락이 뜸하거나, 견적서인 줄 알고 서명했는데 계약서라고 우기는 경우 등,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별 대처법을 상세히 알려드립니다.
상황 1: 견적서인 줄 알고 서명했는데 계약금 요구 및 위약금 협박
최근 질문자님(검색어 참조)의 부모님 사례처럼, 대기업 대리점이나 일부 업체가 "일단 가계약(또는 견적 확인) 서명만 하라"고 유도한 뒤, 이를 정식 계약으로 둔갑시켜 계약금이나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 대응법:
- 내용증명 발송: 즉시 "해당 서명은 견적 확인용이었을 뿐, 공사 계약에 대한 진정한 의사 합의가 없었으므로 계약은 무효임"을 명시한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 방문판매법 활용: 만약 업체를 직접 방문한 것이 아니라, 업체가 집으로 방문하여 계약했다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4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합니다.
- 전자계약 확인: 전자 계약서 링크를 받아 서명했다면, 해당 시스템(예: 모두싸인 등)에 접속하여 계약 완료 시점과 약관을 확인하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주장해야 합니다.
상황 2: 공사 중 추가 비용 요구하며 공사 중단 (일명 '공사 알박기')
가장 악질적인 수법입니다. 철거를 해놓고 집을 엉망으로 만든 뒤 돈을 더 안 주면 공사를 안 하겠다고 버티는 경우입니다.
- 대응법:
- 감정적인 싸움 대신, 계약서의 '지체상금' 조항과 '계약 해지' 조항을 근거로 압박해야 합니다.
- "O월 O일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로 간주하며, 기지급된 공사비 반환 및 손해배상, 지체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 이때 현장 사진과 동영상, 작업자 출입 기록(관리사무소 협조), 통화 녹음 등 증거를 철저히 수집해야 합니다.
상황 3: 부실 시공 및 '유령 인부' 청구
인건비는 '품'으로 계산되는데, 실제 오지도 않은 인부의 인건비를 청구하거나(유령 인부), 시공하지 않은 품목을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 대응법:
- 출역 일보(작업 일지) 요구: 매일 어떤 작업자가 몇 명 들어왔는지 기록한 작업 일지를 요구하세요. 요즘은 현장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매일 전송받는 것이 관례입니다.
- CCTV/관리실 기록 대조: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 동의를 받아 CCTV나 방문자 기록을 확인하여 실제 투입 인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잔금 지급 정지: 계약서와 다른 시공, 오지 않은 인부 등에 대한 정산이 끝날 때까지 잔금 지급을 거절할 권리가 있습니다(동시이행의 항변권).
[핵심 주제]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인테리어 계약서 양식은 어디서 무료로 다운로드하나요?
A.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양식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접속 -> 정보공개 -> 표준계약서 -> '실내건축' 검색 -> '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제10074호)' 다운로드.
-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서식을 제공합니다. 이 양식들은 HWP나 PDF 파일로 제공되며, 이를 기반으로 위에서 언급한 특약 사항을 추가하여 사용하시면 됩니다.
Q2. 견적서만 받고 계약서는 안 썼는데, 계약금 1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계약서를 쓰지 않았더라도 구두 계약이나 문자 메시지, 송금 내역이 있으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의 중요 내용(총 공사비, 공사 범위, 기간 등)'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었다면 계약 불성립을 주장하여 전액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단순 변심이라면 민법상 계약금 포기가 원칙일 수 있으나, 아직 실측이나 자재 발주 등 업체의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면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통해 일부 또는 전액을 돌려받는 사례도 많습니다.
Q3. 인테리어 공사 후 하자가 계속 발생하는데 업체가 연락을 피합니다. 소송해야 할까요?
A. 소송은 시간과 비용(변호사비, 감정평가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입니다. 소송 전에 다음 단계를 추천합니다.
- 내용증명 발송: 법적 대응 의사를 명확히 밝힙니다.
-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 국토교통부 산하 위원회로,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 한국소비자원 피해 구제 신청: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을 중재해 줍니다. 이 단계에서도 해결되지 않고 피해 금액이 크다면(1,000만 원 이상), 그때 민사 소송을 고려하세요.
Q4. 부가세(VAT) 10%를 안 내면 현금영수증을 못 해준다고 합니다. 불법 아닌가요?
A. 네, 명백한 불법입니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업종(건설업, 인테리어 포함)은 10만 원 이상 거래 시 소비자의 요청이 없어도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야 합니다. "부가세 별도"라고 계약했더라도,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거나 발행 시 10%를 더 요구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및 조세범 처벌법 위반 소지가 큽니다. 국세청에 탈세 제보를 하겠다고 강하게 대응하시거나, 일단 10%를 더 주고 현금영수증을 받은 뒤 국세청에 신고하여 포상금 및 환급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Q5. 턴키(Turn-key) 계약과 반셀프(직영) 공사 계약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 턴키: 한 업체에 모든 공사를 일임하는 방식입니다. 책임 소재가 명확(업체 책임)하지만 비용이 비쌉니다. 계약서가 하나라 관리가 편합니다.
- 반셀프(직영): 소비자가 각 공정(철거, 목공, 타일 등)별로 기술자와 개별 계약하는 방식입니다. 비용은 절감되지만, 공정 간 간섭이나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반셀프 진행 시에는 각 기술자와 개별적인 '시공 계약서' 또는 '작업 지시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결론: 계약서는 서로를 위한 '신뢰의 문서'입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이 오가는 큰 프로젝트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계약서를 대충 쓰는 것은, 험난한 바다에 구명조끼 없이 뛰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꼼꼼한 계약서는 업체를 의심해서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사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줄이고, 업체가 공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를 다운로드하고, 오늘 알려드린 필수 특약 사항을 꼭 기재하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스트레스 없이 아름답게 완성되기를, 10년 차 전문가로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현명한 계약으로 행복한 공간을 만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