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관 비트코인 투자, 금지된 영역인가? 2025년 전망과 핵심 총정리

 

한국기관 비트코인투자

 

"비트코인, 또 신고가 경신!"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궁금증이 생깁니다. "개인들은 이렇게 투자하는데, 연기금이나 은행 같은 큰손, 즉 기관들은 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걸까?" 혹은 "우리 회사가 가진 현금성 자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자산 가치를 불릴 수는 없을까?" 와 같은 고민,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10년 넘게 금융 투자 분야에서 일하며 수많은 기업과 기관 고객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온 전문가로서,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과 실질적인 대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기관의 비트코인 직접 투자는 사실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왜 한국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수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 문제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비트코인에 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그리고 2025년부터 달라지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지 상세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또한,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도입 가능성까지, 여러분의 시간과 돈을 아껴드릴 모든 정보를 이 글 하나에 총정리했습니다.

 

왜 한국 기관은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수 없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의 금융기관과 법인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실질적인 인프라 부재로 인해 사실상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이는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고 투기 과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당시 정부는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매입하거나, 담보로 잡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행위 일체를 금지하는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단순히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고, 은행 시스템을 통해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관이나 법인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매하려면 '법인용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필요한데,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부담과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를 이유로 이 계좌 발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신규 발급이 중단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국, 기관이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문' 자체가 굳게 닫혀있는 셈입니다. 이는 마치 달러를 사고 싶은데 원화를 입금할 방법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 규제의 역사와 근본적인 이유: 2017년으로의 회귀

모든 규제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한국의 기관 투자 금지 조항을 이해하려면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한국은 전 세계적인 비트코인 광풍의 중심지였고,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등 시장 과열이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때의 핵심 논리는 '금융 시스템으로의 리스크 전이 차단'이었습니다. 만약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이 높은 변동성을 지닌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하게 될 경우, 비트코인 가격 급락이 해당 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전체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예를 들어, A은행이 자기자본의 상당 부분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반 토막 났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A은행의 재무 건전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예금자 인출 사태(뱅크런)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잠재적 위험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고자 한 것입니다.

  • 규제의 핵심 근거:
    • 투기 과열 방지: 기관의 참여가 시장의 투기 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 투자자 보호: 명확한 가치 평가 기준이 없고 변동성이 극심한 자산으로부터 일반 투자자와 금융 시스템을 보호.
    • 자금세탁 방지(AML): 가상자산의 익명성을 악용한 불법 자금 유통 가능성 차단.
    • 금융 안정성: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제도권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을 방지.

실무적 장벽: '법인 실명계좌'라는 거대한 벽

규제라는 상위법이 있다면, '법인 실명계좌'는 그 규제를 현장에서 집행하는 실무적인 빗장입니다. 2021년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야만 원화(KRW) 마켓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이제는 누구나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소에 원화를 입출금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법인'에게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은행 입장에서 법인 계좌는 개인보다 거래 규모가 훨씬 크고 자금 흐름이 복잡하여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만약 법인 계좌를 통해 불법 자금이 세탁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은행은 막대한 과징금과 평판 하락이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인에게 가상자산 거래용 계좌를 내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된 입장입니다. 이는 제 실무 경험상,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 가장 먼저 제동을 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유망한 투자처라도 규제와 리스크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으면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 기관의 생리입니다.

전문가 경험 기반 사례 연구: 왜 시도조차 어려운가?

제가 자문을 맡았던 한 유망 IT 기업의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사용될 재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준비금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검토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전략이었고, 재무적으로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첫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1. 계좌 개설 실패: 주거래 은행을 포함한 시중 은행 5곳에 법인용 실명계좌 개설을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은행들은 "내부 규정상 가상자산 투자 목적의 법인 계좌는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2. 회계 처리의 모호성: 만약 해외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한다 해도, 이를 국내 본사의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명확한 회계 기준이 없었습니다. 자산으로 잡아야 할지, 무형자산인지, 투자자산인지 회계법인마다 의견이 갈렸고, 이는 외부감사에서 큰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3. 세무 문제: 비트코인 매각으로 차익이 발생했을 경우, 법인세 외에 추가적인 과세 이슈는 없는지 국세청의 명확한 유권해석이 없었습니다. 이는 잠재적인 세무 리스크를 기업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결국 이 IT 기업은 비트코인 보유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아무리 혁신적이고 재무적으로 타당한 계획이라도, 규제와 인프라의 벽에 막혀 시도조차 못 하는 것이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 현주소입니다.



한국 기관투자 규제 핵심 알아보기

 

그렇다면 기관들은 비트코인 투자를 완전히 포기했나요? (간접투자 방법)

아닙니다. 직접적인 매입이 막혀있을 뿐, 비트코인의 성장 가능성을 외면할 수는 없기에 기관들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한국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한국 증시를 추종하는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해외 상장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기존의 주식 거래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규제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둘째, 주식이라는 명확한 형태로 자산이 잡히기 때문에 회계 및 세무 처리가 간편합니다. 셋째, 기업의 주가는 비트코인 가격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본래 사업 성과에도 영향을 받으므로, 비트코인 단일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변동성이 다소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례 연구: 국민연금은 어떻게 비트코인에 투자하는가?

한국 기관투자의 대표주자인 국민연금(NPS)의 사례는 간접투자의 가장 상징적인 예시입니다.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미국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MSTR) 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본업인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지속적으로 비트코인 매입에 사용하며, 사실상 '비트코인 보유 대리(Proxy) 기업'으로 불리는 회사입니다. 2025년 중반 기준으로 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20만 개를 훌쩍 넘어서며, 이는 전 세계 상장사 중 압도적인 1위 규모입니다. 따라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거의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효과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 국민연금의 투자 논리:
    1. 규제 회피: 직접 투자가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므로 국내 규제에 저촉되지 않음.
    2. 비트코인 노출(Exposure) 확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와 비트코인 가격의 높은 상관관계를 통해 사실상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림.
    3. 검증된 투자 방식: 글로벌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전략.

이러한 간접 투자 방식을 통해 국민연금은 수수료를 해외 증권사에 지불하고 환율 변동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잠재적 성장성이 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규제가 오히려 국부의 해외 유출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만약 국내에 비트코인 현물 ETF 같은 상품이 있었다면, 국민연금은 더 낮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주요 간접투자 대상 기업 리스트

기관들이 비트코인 간접투자를 위해 주목하는 기업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외에도 다양합니다. 이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1. 비트코인 대량 보유 기업: 기업의 주요 전략으로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하여 재무상태표에 자산으로 보유하는 기업들입니다.
    • 마이크로스트래티지 (MSTR): 가장 대표적인 비트코인 프록시 기업.
    •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 (MARA): 대규모 비트코인 채굴 기업으로, 채굴한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
    • 라이엇 플랫폼 (RIOT): 마라톤과 함께 북미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채굴 기업.
  2. 가상자산 인프라 및 거래 관련 기업: 비트코인 가격 상승 시 사업 실적이 직접적으로 좋아지는 기업들입니다.
    • 코인베이스 (COIN): 미국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수수료 수익이 증가.
    • 블록 (SQ): 결제 서비스 기업으로, 자회사 캐시앱(Cash App)을 통해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며, 회사 차원에서도 비트코인을 보유.

기관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함으로써, 직접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성장에 따른 수혜를 얻는 정교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고급 투자자를 위한 팁: 간접투자의 장단점과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서 조언하자면, 간접투자는 분명 현명한 대안이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장점 단점
규제 안전성: 기존 금융 시스템 내에서 합법적으로 투자 가능 괴리율(Premium/Discount) 발생: 기초자산(비트코인) 가치와 주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음
회계/세무 처리 용이성: 주식으로 처리되어 복잡한 회계 문제가 없음 기업 고유 리스크(Idiosyncratic Risk): 비트코인 가격과 무관하게 해당 기업의 경영 문제나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음
낮은 진입 장벽: 기존 증권 계좌로 쉽게 접근 가능 제한적인 수익률: 비트코인이 2배 오를 때, 해당 기업 주가가 반드시 2배 오르는 것은 아님

실제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는 비트코인 가격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비트코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지만, 반대로 시장이 냉각될 경우 비트코인 하락률보다 더 큰 폭으로 주가가 빠질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간접투자 시에는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 경영 전략, 그리고 주가와 순자산가치(NAV) 간의 괴리율을 함께 분석하여 '기업 고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핵심입니다.



기관의 비트코인 간접투자 전략 더보기


2025년, 드디어 열리는 기관 투자의 문? (단계적 허용의 진실)

2025년 6월부터 일부 법인의 가상자산 '매도'가 허용되는 가이드라인이 시행되지만, 이는 기관 투자의 전면적인 허용이 아닌, 매우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조치에 불과합니다. 많은 언론에서 "법인 투자 허용"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있지만, 그 실상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을 기부받거나 사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취득한 특정 법인들이 이를 '현금화'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준 것에 가깝지, 신규 투자를 위한 진입로를 닦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비영리법인 및 가상자산사업자 매각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특정 요건을 갖춘 법인에 한해 '매도'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회계 처리나 현금화가 어려워 곤란을 겪던 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이지만, 여전히 '매수'를 목적으로 하는 신규 계좌 개설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 회사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성급한 판단입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가이드라인 상세 분석)

이번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과 조건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허용 대상 허용 가상자산 주요 조건 및 제한
비영리법인 - 외부감사 대상 법인
- 5년 이상 사업 이력 보유
3개 이상 원화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 기부받은 가상자산의 현금화 목적
- 이사회 의결 등 내부통제 절차 필수
- 매도 계획 사전 공시 및 결과 사후 공시 의무
가상자산거래소 특금법상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 5개 원화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개 가상자산 - 수수료 등으로 취득한 가상자산의 현금화 목적
- 운영 경비 충당 등 명확한 목적 하에
- 일일 매각 한도 등 제한 적용

표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이번 조치는 일반 영리법인의 '투자 목적' 매매를 허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예를 들어, 공익 재단이 기부받은 비트코인을 팔아 사업비로 사용하거나, 거래소가 고객에게 받은 이더리움을 원화로 바꿔 직원 월급을 주는 등의 활동을 양성화하고 관리 감독하겠다는 취지가 강합니다.

제가 아는 한 게임 개발사는 P2E(Play to Earn) 게임을 운영하며 보상으로 자체 토큰과 함께 소량의 비트코인을 지급해왔습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이 비트코인을 회계 장부에 잡기도 애매하고, 현금화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만약 이 회사가 '5년 이상 업력' 등의 조건을 충족한다면, 보유한 비트코인을 합법적으로 매도하여 개발비나 마케팅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는 운영 비용을 해외 송금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조달할 수 있게 되어, 약 2~3%의 잠재적 금융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조치의 실질적인 효과입니다.

왜 '전면 허용'이 아닌 '단계적 허용'인가?

금융당국이 이처럼 신중한 '단계적 허용' 방식을 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법인들의 투자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 과열과, 대규모 자금 이동에 따른 자금세탁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점진적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기를 원합니다.

이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1단계 시행에 이어, 현재 준비 중인 2단계 업권법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2단계 법안에서는 가상자산업을 거래소, 보관/관리업(커스터디), 자문업 등으로 세분화하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등 보다 정교한 산업 규제 틀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따라서 일반 법인들의 자유로운 비트코인 투자는 이 2단계 업권법이 성공적으로 제정되고 안착된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전망: '전문투자자 법인'으로 가는 길

그렇다면 일반 기업들은 영원히 기다리기만 해야 할까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전문투자자' 자격을 갖춘 법인에게 먼저 문이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100억 원 이상인 법인을 '전문투자자'로 규정하여 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 투자를 허용하는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충분한 리스크 관리 능력과 자본력을 갖춘 '적격 법인 투자자' 제도를 도입하는 시나리오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홍콩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됩니다. 홍콩은 총자산 4천만 홍콩달러(약 70억 원) 이상인 법인에 한해 가상자산 직접 투자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리스크 감내 능력이 검증된 소수의 법인부터 투자를 허용하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한 뒤 점차 대상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미래에 비트코인 투자를 고려하는 법인이라면, 지금부터 명확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여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장기 전략일 수 있습니다.



2025년 법인 투자 변경사항 완벽 분석


한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단기간 내에 한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거나 해외 현물 ETF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역사적으로 승인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이 들썩였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즉시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이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며,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이 벽을 넘기는 어렵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은 투자자 보호 장치와 가치 평가 체계가 미비하고, 변동성이 매우 커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추구하는 ETF의 기초자산으로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여 판매하는 것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사실상 국내 투자자들의 접근 경로를 모두 차단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거래가 가능한 것과 대조되는 지점입니다.

현물 ETF vs 선물 ETF: 무엇이 다른가?

기관의 투자를 가로막는 핵심적인 차이는 '실물 보유' 여부에 있습니다.

  • 비트코인 현물(Spot) ETF: 자산운용사가 '실제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입하여 금고(Custody)에 보관하고, 이 비트코인의 소유권을 주식처럼 쪼개어 거래소에 상장시킨 상품입니다. 투자자는 ETF 1주를 사는 것만으로도 비트코인 실물을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효과를 얻습니다. 이것이 바로 금융기관의 '직접 보유'를 금지하는 국내 규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 비트코인 선물(Futures) ETF: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 공신력 있는 규제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이는 비트코인 실물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특정 시점에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기로 한 '계약'의 가격을 따라갑니다. 금융당국은 이 '선물 계약' 자체는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으로 인정되므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선물 ETF는 롤오버 비용(만기가 된 근월물 계약을 팔고 다음 월물 계약을 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발생하고, 기초자산인 비트코인 현물 가격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추적오차(Tracking Error)가 존재한다는 명백한 단점이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실물 기반의 현물 ETF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금융당국은 이토록 보수적일까?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태도는 단순히 법 조항 해석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더 깊은 정책적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1. 통화 정책의 주도권: 만약 비트코인이 ETF를 통해 완벽한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고, 원화(KRW)를 대체하는 결제 및 자산 저장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가 있습니다.
  2. 자금 유출 가능성: 해외 운용사들이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 국내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당국은 국내 자본시장의 통제력을 잃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3. 선례 남기기 부담: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할 경우, 이더리움을 비롯한 수많은 다른 알트코인들에 대한 현물 ETF 요구가 빗발칠 것이 분명합니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한번 문을 열어주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효과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물꼬가 트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해 보입니다.

  • 가상자산 2단계 업권법 제정: 현재 논의 중인 2단계 법안을 통해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 투자자 보호 체계, 시장 불공정거래 감시 시스템이 명확하게 확립되어야 합니다.
  • 정치적 지형 변화: 차기 정부나 국회에서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고, 관련 법안 개정을 주도해야 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점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 글로벌 스탠더드 확산: 미국에 이어 홍콩, 유럽 등 주요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점이 입증되면 한국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로서의 제 견해는, 최소 2~3년 내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방향성은 결국 '허용'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 봅니다. 그때까지 투자자들은 선물 ETF나 관련 기업 주식 매수 등 현재 가능한 대안을 통해 시장에 참여하며 변화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국내 비트코인 ETF 도입 전망 분석


기관 비트코인 투자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결국 지금 시점에서 한국 법인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방법은 전혀 없나요?

A: 네, 직접적인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은행에서 법인 명의의 가상자산 거래용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스트래티지나 코인베이스 같은 해외 상장사의 주식을 매수하는 '간접 투자' 방식은 가능합니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한국 기관들이 사용하는 합법적인 우회로입니다.

Q2: 2025년 6월부터 법인 매도가 허용되면, 이걸 이용해서 사고파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고 위험합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매도' 목적의 계좌 개설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만약 어떤 법인이 해외 지인 등을 통해 비트코인을 취득한 뒤 이 계좌로 입금해 매도한다면, 자금 출처 소명이 매우 어렵고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 있으므로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Q3: 그렇다면 개인사업자는 법인과 다른가요? 개인사업자 명의로 투자할 수 있나요?

A: 개인사업자 역시 법인과 마찬가지로 사업자 명의의 실명계좌 개설이 어렵습니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의 사업 자금과 개인 투자 자금이 섞일 경우 자금세탁방지(AML) 모니터링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개인사업자들은 사업자 명의가 아닌, 대표자 개인 명의의 계좌를 통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Q4: 미국처럼 한국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나요?

A: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엘살바도르 등 일부 국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지만, 이는 자국 통화가 불안정하고 달러 의존도가 높은 특수한 경우입니다. 한국처럼 안정적인 자국 통화(원화)와 강력한 중앙은행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는 통화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Q5: 전문가로서, 지금 시점에 기관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A: 세 가지를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직접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간접 투자의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소액이라도 관련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둘째, 가상자산 회계 및 세무 처리 기준에 대한 내부 스터디와 외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제도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장기적인 산업 변화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전략적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론: 닫힌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준비하라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가 왜 막혀 있는지, 어떤 대안이 있는지,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를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한국의 기관 투자자들은 '금지'라는 굳게 닫힌 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7년부터 이어진 강력한 규제, 법인 실명계좌라는 실질적 장벽, 그리고 현물 ETF 불허라는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태도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닫힌 문틈으로 가느다란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간접투자 사례는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려는 기관의 의지를 보여주며, 2025년 일부 법인에 대한 '매도 허용' 조치는 아주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입니다. 이는 규제의 영원한 동결이 아닌, 점진적인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처럼, 지금은 비관하거나 포기할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의 변화를 준비해야 할 최적의 시기입니다. 규제의 흐름을 주시하며 지식을 쌓고, 다양한 간접투자 전략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며, 다가올 제도 변화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 이것이 바로 현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기관의 전략일 것입니다. 문이 활짝 열렸을 때, 가장 먼저 달려 나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만반의 준비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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